구미지역자활센터의 최윤아 사회복지사님이 칭찬인터뷰 다음 주자로 추천하신 분은 상주지역자활센터의 박민철 팀장님입니다. ‘자활의 허리’ 발표로 깊은 인상을 남기신 팀장님의 여러 경험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를 전합니다.
최윤아 사회복지사님이 칭찬하고 싶은 분으로 뽑아 주셨어요. 연차와 직무별로 조를 나눴던 종사자 워크숍 때 같은 조이셨으니 일하신 기간도 비슷하실 것 같은데요.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고 약 5년 정도 됐습니다.
팀장님은 사회복지를 전공하셨어요?
맞습니다. 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졸업하고 1년 정도 아르바이트 하거나 여행 다니면서 쉬다가 취직을 했습니다.
대학 전공을 사회복지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머니께서 사회복지사이셨다 보니까 더 관심을 가져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복지에도 여러 분야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지역자활센터에 입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상주지역자활센터에 있는 전성민 팀장님이 학교 선배세요.
아!!!!!!
그전까지는 센터 일이 힘들다고 그렇게 저에게 하소연을 하셨었는데 저를 오라고 하시니까……(웃음) ‘가는 게 맞나’ 싶어서 한 번 거절했었어요.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두 번째 말씀을 주셔서 그럼 가겠습니다 했죠.
그런 인연이 있으셨는지 몰랐어요. 그럼 학교 때부터 친하셨어요?
악연이었죠. 제가 과제를 도와드리고, 밥을 얻어먹는 상부상조하는 관계였어요
엄청 친하시다는 게 느껴집니다. 전성민 팀장님을 다른 사업으로 찾아뵈었을 때 정말 하시는 일이 많고 바쁘시다고 생각했는데 박민철 팀장님도 그만큼 바쁘실 것 같은데요.
전성민 팀장님은 워낙 열의가 있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웃음) 아무래도 담당하시는 사업단 중에 영농분야가 있어서 날씨, 수확시기 등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환경 등의 영향도 있고 그래서 주말에 고생을 좀 하시는 것 같습니다.
상주지역자활센터는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 분기마다 웹진이 올라옵니다. 홍보를 담당하고 계신 팀장님의 작품이시죠?
홍보사업을 맡은 지는 이제 2년 차인데요. 전에 홍보 사업을 전임하시던 분이 나가시면서 실장님께서 걱정을 하셨었어요. 센터에서 홍보물 예쁘게 만들던 젊은이가 나가서 이제 할 사람이 없겠다 하시면서요. 그래서 제가, ‘실장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했죠. 홍보 담당했던 친구가 자료도 잘 정리해 주고, 디자인할 수 있는 툴도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들면서 재미가 있더라고요.
제가 웹진을 보면서, 이걸 만드신 분은 분명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으셔서 하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홍보일 뿐 아니라 나르미, 자원재생, 계바라 사업단을 모두 담당하고 계신데 이 세 가지가 모두 업종이 달라요. 다양한 업종의 사업단의 일을 하시면서 고충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르미나 자원재생 같은 경우에는 외부 활동이 많은 사업이고 계바라 사업단은 식당 운영이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괴리가 좀 있습니다. 외부 활동이 많다보면 상대적으로 식당 쪽에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돼요. 계바라 사업단의 식재료 수급, 홍보, 정산 정도의 도움밖에 못 드리다 보니 매출이 많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자활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이 있다면요?
가장 보람됐던 일은 올해 있었어요. 참여자분들 중에 자산형성지원사업을 통해서 저축하신 자금이 만기가 되어 이제 취업 준비를 하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신 분이 계셨어요. 자격증을 따거나 취직을 하실 수 있는 좋은 상황인데, 그분들이 나가시면 사업단은 인력이 없어서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참여자분들께 우리는 어떻게든 굴러가니 걱정하지 말고 나가시라고 말씀드리고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이용해서 국가자격증 취득을 도와드렸습니다. 근데 그때 참여주민분들이 박팀장님이 우리 일을 대신 해야 될 텐데 괜찮겠냐, 미안해서 못 나가겠다 이렇게 걱정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고 굉장히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참여주민분들과 팀장님 사이에 동료애가 느껴져요.
맞습니다. 단순히 참여주민과 팀장이라기보다는 동고동락하는 팀이라는 연대의식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자립해서 나가면 그만인 분들이라고 보실 수 있지만, 코로나같이 힘든 시기에 구호물품 배송도 하고 도시락 배달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면서 함께 보냈던 시간이 거의 3년이니까요.
네, 정말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사자 워크숍 때도 느꼈는데,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과 사업가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실 것 같아요. 팀장님은 그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으시는 편인가요?
처음 자활사업을 하면 누구나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매출을 올리고,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참여자들이 자활기업으로 독립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출발을 했지만 지금은 사람 쪽으로 그러니까 복지사 마인드로 더 기울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패배의식일 수 있지만 자활사업이 시장경제에서 경쟁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활성화보다 유지하는 쪽으로 가되 이 안에서 참여자분들이 신체적, 정신적, 기술적으로 최대한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활사업에 참여하시는 동안 주민분들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좀 더 중점을 두신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제 방향은 그렇습니다. 참여자분들 개인의 발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종사자 워크숍 때 ‘자활에 허리가 없다’고 말씀하신 발표가 굉장히 인상적이 었습니다. 장차 허리가 될 1년 미만인 실무자들이 오래 남아있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자활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 개인의 발전으로 봤을 때 사업적인 역량이거든요.
조금 편한 표현으로 내 돈 안 들이고 사업할 수 있는 일인 거죠. 사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임대계약은 어떻게 하고, 신고와 설립허가 절차, 국세청 업무라든지 이런 과정들을 알게 됩니다. 사업의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이러한 경험을 얻는다는 게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년 미만인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당장은 메리트도 없어 보이고, 급여도 낮고,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사업적으로 이렇게 배울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런 경험은 사회복지를 안 하시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꼭 배워가셨으면 좋겠어요. 최소 3년을 잡고 그렇게 경험을 쌓았는데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 얼마든지 다른 곳에 가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자활사업이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여기서 3년을 버티면 다른 복지 분야에 가도 인정을 해준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워크숍에서 조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각자의 사례를 많이 나눴어요. 담당하는 사업단의 이야기를 하면서 참여자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어려움을 해결했던 일들, 자신이 배운 대화의 방식 같은 것들이요.
종사자 워크숍 조 편성을 지역을 섞어서 직무와 연차별로 나눈 것이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저희 조원들은 다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워크숍 끝나고 센터에서 자체적인 평가회를 했는데 다음에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팀장님은 일로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저는 영화를 되게 많이 챙겨 봐요. 좀 깊게 보는 걸 좋아해서 의미 있는 영화들을 보고 분석하는 리뷰라든지 글들을 찾아보고, 같은 감독이나 배우가 나왔던 다른 작품들을 챙겨보면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요. 그때는 전화도 꺼놓고 그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려고 해요.
너무 공감돼요. 저도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 시간은 딱 외부와 단절이 되잖아요. 어두운 극장에 혼자 있는 시간동안은 다른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그럼 혹시 좋아하는 감독이 있으세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요. 최근작은 <블레이드러너>, 주요작품은 <컨택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있어요. 굉장히 극의 분위기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데 그 모습을 건조하게 비춰주는, 상황적 세팅을 너무 잘 하셔서 저도 모르게 몰입해서 극중의 감정을 절절하게 느낄 정도로 연출을 잘 하시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감독이나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주에서 함께 일하시는 동료분들을 비롯해 경북지역의 종사자분들께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제가 감히 주제넘지만 다들 너무 잘 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업가, 사회복지사 이 두 가지를 양립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걸 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챙기면서 지금 현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각 센터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문제없이 잘 쳐낸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발전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너무 잘 하고 계시니까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말씀드립니다.
박민철 팀장님이 가장 고맙고 칭찬하고 싶은 분, 제가 다음 인터뷰를 진행할 분은 누구인가요?
영주지역자활센터의 이중근 팀장님입니다. 이중근 팀장님은 경력이 저보다 훨씬 오래 되셨다보니 자활 전체에 대한 걱정도 굉장히 많으신 분이고, 제가 자활의 허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 문제에 대해 저에게 처음 알려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작년 제주도 연수에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자활에 중간 역할을 할 직원이 없어서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영주지역자활센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서 다음 칭찬 인터뷰 주자로 이중근 팀장님을 추천드립니다.
인터뷰를 위해 센터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팀장님의 손에 커피가 한 잔만 있어서 ‘팀장님은 커피 안드세요?’하고 여쭤보니, ‘아유 선생님 저는 벌써 한잔 마셨습니다. 커피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해를 정리 해야하는 시기라 커피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바쁠 때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민철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